2010년 2월 9일 화요일

[스크랩] ‘2010 IT 통합챔피언십’ – 구글 vs MS (4) PC 운영체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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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드디어 빅 매치의 공이 울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구글이 검색시장을 좌지우지하며 광고로만 수십억 달러를 긁어 모으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봐야만 했다. 화끈한 성격으로 유명한 MS의 스티브 발머 CEO는 울화가 치밀었을 것이다. 이를 악물며 콧바람을 내뿜는 발머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지난해 6월, MS가 새 검색엔진 ‘빙(Bing)’을 발표한 것을 두고, 구글의 선전포고에 대한 신속한 대응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사실은 검색시장에서 구글을 따라잡기 위한 수년 간에 걸친 노력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는 검색과 광고에서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그들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줄 생각이다.”

-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

 2007년 일본을 방문한 발머가 일경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MS가 오래전부터 검색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 왔다는 고백이다.

발머의 판단은 기존의 MS 검색엔진인 ‘윈도우 라이브서치’로는 구글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라이브서치는 검색 속도와 결과의 정확성, 다양성 등 모든 측면에서 구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MS의 돌파구는 인수합병이었다. 2008년 4월 노르웨이의 기업용 검색엔진 개발업체인 ‘패스트서치’를 인수하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09년 6월 ‘라이브서치’와 ‘패스트서치’를 결합한 새로운 검색엔진 ‘빙(Bing)’을 출시했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에 꼼짝못하는 구글의 상황을 두고 ‘똑똑한’ 구글과 ‘친절한’ 네이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빙을 들고나온 MS의 전략 역시 ‘똑똑한 구글에 대항하는 친절한 빙’이라는 표현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빙은 여행, 쇼핑, 건강 등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검색 방식을 추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카메라 모델명을 입력하면 단순히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문의사항, 이미지, 가격정보, 사용자 리뷰, 전문가 리뷰 등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온 내용들을 마치 한 편의 상세한 리포트처럼 한 페이지에 보여준다.

호텔이나 항공권 예약과 관련된 사항을 검색해도 각 주제에 맞는 검색 결과가 제공되고, 손쉽게 가격도 비교할 수 있다. 국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친절한’ 국내 포털 업체들이 이미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크게 새로울 것이 없지만, 구글의 단순하고 정확한 인터페이스에 길들여진 해외 사용자들에게는 참신하게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다음과 제휴해 다음의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해외 빙 사이트와 차이가 있다)

그밖에도 고급검색을 위한 ‘익스플로러 창’, 검색 결과에 마우스만 올리면 링크된 사이트를 방문하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는 ‘퀵프리뷰’, 검색결과를 검사하고 관찰할 수 있는 ‘센티멘트 익스트랙션’, 사용자의 지역별로 각기 다른 검색결과를 보여주는 ‘지역 검색’ 등 검색 결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동영상 검색의 경우에도 섬네일 상태에서 바로 재생이 가능하여 손쉽게 검색 결과를 탐색할 수 있다.

GooglePlayer

챔피언 : 구글
강점 : 검색 본연의 기능에서 가장 앞섬 /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와 검색엔진이 시너지 효과
약점 : 검색 광고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
검색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경우 모든 사업 전략에 재검토 필요

MSplayer

도전자 : MS
강점 : 사용자에 초점을 맞춘 ‘친절한’ 검색 방식
검색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가진 야후와 제휴
약점 : 구글 서치를 따라잡을 수 있는 ‘한방’이 없음
윈도우폰의 점유율 하락으로 모바일 검색 시장 성공이 불투명

 빙이 출시되자 시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구글이 65%를 장악하고 있는 검색시장의 판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많았다.

몇가지만 살펴보자. 스털링 마켓 인텔리전트의 그렉 스털링 애널리스트는 “빙의 특징 몇 가지가 구글의 병행 비교 방식보다 더 우수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지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 정도로 엄청나게 큰 변화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가트너 그룹의 알렌 바이너 애널리스트는 “라이브서치에서 크게 진보했다. MS는 더 완전한 검색을 위해 인터페이스를 더욱 쓸모있게 만들고, 대다수의 경쟁 제품과 동일한 검색 결과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수의 알고리즘을 손질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나는 사용자가 ‘우와! 구글이나 야후에서는 할 수 없었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MS도 검색시장에서 만큼은 구글을 손쉽게 따라잡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빙을 출시하기 전부터 야후와 손잡기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해왔다. 구글과 MS 사이에서 1년 이상의 지루한 줄다리기를 해 온 야후는, 2009년 8월 MS와의 제휴에 합의했다. 제휴의 주요 골자를 살펴보면, MS는 야후 검색엔진 데이터에 자사의 검색엔진을 통합해 검색품질을 높이고, 야후는 앞으로 10년간 마케팅과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검색엔진 시장은 ‘구글 대 MS-야후’ 진영으로 사실상 양분됐다.

 검색엔진의 주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광고시장에서의 격전도 불가피하다. MS는 운영체제와 오피스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검색엔진 강화를 전략과제로 선정하고 있는 만큼 온라인 광고시장에도 더 많은 욕심을 보일 것이다. 구글의 입장에서는 광고시장이 회사의 운명을 쥐고 있는 핵심 시장이기 때문에 지켜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MS와 야후의 제휴를 막으려 애썼다.

 구글은 초창기에 강력한 검색엔진 하나로 지금과 같은 ‘구글 은하계’를 구축하는 발판을 닦았다. 현재는 광고(애드센스)에서부터 동영상(유튜브), 지도(구글맵), 메일(지메일), 오피스(구글 앱스), OS(크롬 OS, 안드로이드)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의 구글 서비스가 모두 검색 기술에 뿌리를 두고 유기적 연관성을 맺으며 작동하고 있다. 검색엔진이야 말로 ‘구글의 심장’이다. 검색시장을 노린 MS와 야후의 제휴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구글은 수익의 97% 가량을 광고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앞으로 수익이 다각화된다고 하더라도 광고 시장에서 지금 수준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피스와 운영체제 시장에서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MS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MS가 빙을 출시한 지 6개월이 넘은 지금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구글의 심장부를 향한 MS의 역습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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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omScore Press Release

 

 미국 인터넷 시장조사 기관 컴스코어(ComScore)가 지난 22일 2009년 12월 전세계 검색 시장 점유율을 발표했다. 구글이 여전히 큰 격차를 두고 1위(전세계 시장에서 야후와 MS를 합쳐도 구글의 10% 수준이다)를 차지하고 있지만, MS도 전년대비 70%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에 발표한 12월 미국 검색시장 점유율에서는 구글이 미국 전체 검색의 65.7%를 차지하여 1위를 기록했으며, 17.3%의 야후와 10.7%의 MS가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MS-야후 진영을 합치면 점유율이 28%에 달하며, 특히 MS는 전월 대비 미국 전체 검색 쿼리 성장률(2%)를 상회하는 6%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지난 6개월의 성적을 종합해보면 MS의 빙은 미국과 세계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주며 출시 직전인 5월 대비 3% 가량 점유율이 증가했다. 꾸준한 성장세다. 그러나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빙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동안 파트너 야후와 애궂은 AOL만 점유율이 하락했다.

 따라서 MS의 빙이 어느 정도까지 점유율을 높여갈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검색 전쟁의 승패가 어디에서 갈릴 것인가 하는 점은 명확하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모바일 인터넷 리포트에서 앞으로 5년 이내에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가 유선 인터넷 사용자를 능가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인터넷이 유선의 두 배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량이 늘면 늘수록 모바일 검색 쿼리와 모바일 광고 시장도 유선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 자명하다. 검색 시장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구글과 MS 모두 모바일 전용 페이지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이며 모바일 검색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구글이 구글 보이스, 고글스 등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한발 앞서가는 듯 하지만 정작 승패는 다른 곳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구글과 MS는 검색엔진 뿐만 아니라 모바일 운영체제도 만드는 업체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당분간 어떤 검색엔진이 더 많은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탑재되는가에 따라 승패가 갈릴 공산이 크다. 모바일로 옮겨온 구글과 빙의 검색엔진 전쟁은 안드로이드와 윈도우폰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얼마나 선전을 하느냐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MS의 윈도우폰은 점유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 가운데 7버전이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 처지다. 안드로이드 역시 한 자리수 점유율에 머물러있는 처지지만, 글로벌 휴대폰 제조업체의 동향을 살펴보면 올 한 해 괄목할만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두 운영체제의 점유율이 아직 높지 않은 만큼, 나머지 모바일 운영체제가 구글과 빙 가운데 어떤 검색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할 것인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지난 20일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과 MS가 아이폰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에서 빙으로 교체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보도했다. 성사될 경우 애플은 구글을 견제할 수 있고, MS는 모바일 검색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MS의 빙도 가능성을 보여준 지난 6개월이었다. 그리고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모바일 환경에서는 구글, MS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가능성이 열려있다. 인터넷 서핑의 관문으로서 초고속 유선망 시대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검색엔진. 앞으로 그 운명은 새롭게 몰아치는 모바일 파도를 누가 더 잘 타느냐(surfing)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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